일상생활/글에 관하여
2018.12.18, 3호선 지하철
안행주의
2020. 5. 18. 11:27
2018년 12월 18일 - 3호선 4번째량/콧수염/아이젠
고요한 지하철 속에 발성이 좋은 사내가 들어선다. 멋지게 다듬은 콧수염이 인상적이다. 그는 완전히 숙련되진 않은 듯 가끔 버벅이며 미끄럼길에 좋은 아이젠을 소개한다. 간편하게 탈착가능한 아이젠은 5천원이다. 희끄무레한 콧수염은 아이젠을 들고 지하철 한 칸을 뱅 둘러 하나의 아이젠을 팔았다. 아이젠은 한번 신고 그 기능을 다 할지도 모른다. 구입한 어머니는 아이젠이 그 순간에 필요했던 것일까? 아니면 열심히 사는 그에게 5천원을 적선하면서 아이젠도 얻은 것일까. 3호선 지하철의 콧수염 아저씨는 불법을 넘어 유독 읽을거리를 손에 많이 쥔 3호선 4번량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인지도 모른다. 어쩌면 콧수염 아저씨는 오늘 번 돈으로 이발소에 콧수염을 다듬으러 갈지도 몰라. 지하철에서 내려선 양복을 빼 입은 채 다른 멋진 인생을 살러 갈지도 모르지. 인생의 모양은 여러 개인데, 법은 몇 십년 뒤에, 아니 어쩌면 당장 내일이라도 바뀔 수 있는 건데 누구의 삶을 옳다 그르다 할 만큼 나는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는지...